경제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자원
카스피해 지역은 세계 3대 에너지 자원 매장지로, 아제르바이잔 또한 천문학적인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부터 ‘삽으로 파도 기름이 나온’ 것으로 유명해, 수도 ‘바쿠’는 1848년 세계 최초로 원유의 상업 채굴이 시작되어, 한때는 미국의 생산량을 능가하기도 했으며, 20세기 초까지 세계적인 석유 붐을 겪었습니다.
러시아 지배 체제 당시 마구잡이식 개발로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20세기 초에는 석유생산의 중심지라는 명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어 1922년 소련이 점령한 후, 서방 국가들과 원유개발권의 협상과 국가적인 자본 투자가 다시 이뤄지며 1930년대에는 세계 원유 생산량 3위에 이르렀습니다.
세계 1~2차 대전을 거치면서 소비에트군의 원유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히틀러가 따로 특명으로 내건 점령 목표 지점이 ‘바쿠’이기도 했습니다. 이때 1만 5000명의 특수 부대가 진격하였으나 연료와 물자 부족으로 바쿠를 점령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전후에도 바쿠는 소련의 주요한 석유 생산도시로서 기능하였으나, 1950년대 시베리아에서 대규모 유전이 개발되면서 점차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의 기술자와 전문가들은 고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유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활약하였습니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아제르바이잔은 석유 산업을 다시 활성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994년, ‘세기의 계약’으로 불리는 대형 국제 석유 계약을 체결하여 외국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바쿠-트빌리시-제이한(BTC)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과 세계 시장으로 석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현재 15개국 30여 개 기업들과 27개 생산물 분배협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카스피해의 석유 자원은 그 매장량과 더불어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에너지 자원의 수송로 개발 경쟁이 이뤄지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도 구 소련 국가이자 무슬림 국가이지만, 모두와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중립적인 자세를 가진 국가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석유공사와 몇 개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시추에 도전한 바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의 수·출입 시장
아제르바이잔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1995년까지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경제정책으로 높은 경제 회복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자원중심형 경제구조는 아제르바이잔의 빛이자 어둠입니다. 급격한 발전은 이루어냈으나, 2015년 전세계적인 유가 하락 사태 때 현지화인 마나트가 약 2배 이상 평가절하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국가경제와 거시경제 발전 전략 로드맵’을 발표하고, 경제 다변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은 주변 강대국들과의 사이에서 균형주의 외교 노선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자원과 지정학적 특성, 균형주의 외교와 적극적인 경제정책의 결과로 현재 아제르바이잔은 서방국가들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흑해 지역 국가,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천연가스와 재생 에너지를 필두로 한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후로 러시아가 아닌 국가로부터의 안정적 가스 공급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조지아-터키-그리스-알바니아-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아드리아해 횡단 가스관 건설에도 참여하여 수출로를 개척하였고, 2023년에는 헝가리 및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에도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24년 유엔 기후 변화 협약의 제29차 당사국 총회(COP29)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연계하여 올해를 ‘녹색 세계 연대의 해’로 선언하기도 하였습니다. ‘녹색 성장’을 국가 우선순위로 지정하여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를 전체 발전 용량의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때 생산된 친환경 전력은 흑해 에너지 해저 전기케이블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수출될 예정이며, 조지아, 루마니아, 헝가리, 불가리아가 동참하여 건설사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최근 몇 년의 무역 결과를 보자면, 아제르바이잔은 혼란스러운 세계 정세에도 불구,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의 꾸준한 증가와 안정적인 수출흑자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역 패턴은 1차 생산품을 수출하고 자본재 및 기계류를 수입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의 주요 수입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비슷하게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상위 10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해 지역의 중견국으로서, 주변국과의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협력 관계를 지속하는 한편, 지정학적 측면을 백분 활용하여 중앙아시아르 관통하는 물류 허브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은 풍부한 문화적 바탕과 다양한 기후로 인해 에너지뿐 아니라 훨씬 다양하고 매력적인 생산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페르시아산이 유명한 카펫 공예는 고대 아제르바이잔에서 시작되었고, 이외도 와인, 아몬드, 석류 같은 특산품들이 유명합니다.